


위험한 세상으로부터의 피난처로서, 류하완 작가는 캔버스 속
을 안전하게 꾸몄습니다. 화폭을 대칭으로 가르는 기둥과 창
문은 안전한 사각 틀이 되어 피난처를 세상으로부터 지킵니
다. 삼엄한 경계와 달리 틀 안은 자유롭습니다. 견고한 기둥
과 난간으로 구획된 공간 속, 연못이 아닌 풀밭을 누비는 잉
어와 가장 좋아하는 목마를 탄 아이의 뜬금없는 등장은 캔버
스의 긴장을 늦추고, 보는 이로 하여금 내재된 순수함을 되돌
아보게 합니다. 이는 언젠가의 익숙한 풍경이고, 잊기 전에
재발견된 기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 곳곳에 즐비한 사다리
와 열린 문은 언제고 드나들며 세상과 대화하고자 하는 개방
의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.


이제까지 작가는 마스킹테이프를 주 재료로 한 작업을 선보였
습니다. 대량 생산품으로서 산업화를 상징하는 마스킹테이프
에 사각형 흠집을 내고, 그 틈으로 스며 나온 물감으로 형성
되는 큐브는 인간사에서 겪어야 하는 프레임과 탈프레임을 중
의적으로 표현합니다. 그 반면, 이번 세종갤러리 전시에는 마
스킹테이프를 이용한 비구상적인 작품들과 함께 구체적 이미
지를 통해 현실을 마주하고자 합니다. 다만 딱딱하고 회색인
인공과 푸르른 자연 환경의 이미지를 함께 몽환적으로 배치하
여 현실 속에서 꿈을, 꿈속에서 현실을 봐야만 하는 인간의
심리를 묘사하였습니다.
출처: 세종갤러리